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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한 장의 무게 _ 나에게 글쓰기란

by kutique_love 2019.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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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무게


글을 써야지 하면서 항상 미루게된다. 다른 유혹들을 다 물리치고 겨우 책상에 앉고서도 한 자를 적으려고 하면 갑자기 급한 업무가 생각나거나 괜히 청소를 시작하거나 세상사가 궁금해진다. 이런 경험을 얘기하면 친구들은 다들 그런 적이 있다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글쓰기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적어보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나왔다.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라서 못 쓰겠다. 내 글은 다른 사람들의 글보다 재미가 없어서. 글을 쓸만큼 일상이 풍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 두려움과 관련이 있었다. 못난 부분이 드러나는 게 무서웠던 것이다. 

글은 까발리는 작업이다. 다른 사람이나 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롯이 생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나란 사람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지독한 까발림이다. 실제로 적도 없지만 외로운 싸움이라고 느껴진다. 넓고 고독한 땅에 펜 한 자루 들고 서 있는 기분이다. 내가 나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공간. 넓은 공간을 자신만의 힘으로 채워야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지람을 계속해서 마주쳐야하는 것이 글쓰기다.

돌이켜보니 일상에서 이렇게까지 자신을 마주보는 일은 잘 없다. 대화도 두명이면 반만 하면 되며 독서도 저자의 리드를 따르면 된다. 공부도 요약과 흡수에 주력하지 자신의 의견은 몇 줄 적을 뿐이다. 나의 생각만으로 공간을 채우는 일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당연하게도 잘 못할 수밖에 없다. 꾸역꾸역 써가도 느끼는 것은 자신이 못한다는 사실 뿐이다. 사고력은 삶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좋아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보았다. 좀 못하면 어때? 내가 못하던 것이 어디 한 두개인가. 우리 모두 못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걸어온 것인데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차근히 기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걷고 뛰고 날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를 통해 느낀 점은 나의 생각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마주보고 쓴 글을 읽으며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가 보인다. 글을 통해 강제적인 자기 성찰이 일어난다. 보통은 적당히 투덜거리며 살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일이 잘 없다. 하지만 써놓은 글을 읽으면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평상시에 하는 생각과 글로 써놓은 생각은 다르다. “저게 저렇게 까지 할 일인가.” 나를 반성하기도 하고 “글이 맥락이 없는데” 고칠 점들이 나타난다. 같은 주제로 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도 큰 깨달음이다. 사소한 것도 풍부하게 쓰는 사람들을 보며 표현력에 반하기도 하고 진솔한 글을 보면 화면 너머로도 아픔이 전달돼서 느껴진다. 

종이 한 장의 무게가 약 5g 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무게는 각자의 생각만큼 달라진다. 내 글 한 장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나는 얼마나 깊어질 수 있을까? 글쓰기 여정을 통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한 장을 더욱 깊고 무겁게 만드는 일상을 보내야지. 자신을 마주보면서 나라는 책을 완성해가야지. 글쓰기는 나를 가장 나답게 지켜주는 친구다. 든든한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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