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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4

일상의 아름다움 | 영화 American Beauty 아무렇지도 않은 부분에서 문득 눈물이 날 때가 있지 않은가? 영화를 보다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어려울만큼 지극히 평범한 부분에서 눈물이 터진다. 그런 장면을 마주칠 때가 있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스며드는 기분이 들 때. 대게는 과거의 경험이나 결핍 혹은 일상에서 느껴보았던 감정이 떠올라서이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비닐봉투가 바람에 휘날리는 장면이 그러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아름답다고 느꼈고 코 밑이 시큰거렸다.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항상 일상을 촬영하는 리키가 자신이 좋아하는 제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말한다. 그날은 마치 첫눈이 내릴 듯했어. 공중엔 자력이 넘실댔고, 춤소리가 들렸어. 저 봉지는 나와 춤을 추고 있었어. 같이 놀자고 떼쓰는 애처럼. 무려 15분 동안이나... 2019. 8. 13.
맛없는 도시락에 대한 기억 # 맛없는 도시락에 대한 기억 강렬한 빨간색이 가장 먼저 기억난다. 어릴 적 좋아하던 *‘러그래츠’ 캐릭터가 그려진 네모난 플라스틱 상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용한 도시락통이다. 가벼워서 흔들면서 재밌었던 기억은 나는데 이상하게도 뭘 먹었던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어릴 때 도시락 싸줬었잖아. 그 빨간 도시락통. 안에 뭐 넣어줬어?” 엄마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떠올리는데 잠시 시간이 필요하단다. “아, 다른 애들 도시락 반찬 따라 했지 뭐.” 내뱉은 대답은 퍽 싱거웠다. 사과, 바나나, 샌드위치와 우유 같은 것들을 넣어줬다고 한다. 당시 *미국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가져오던 점심 메뉴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마늘이나 김치냄새를 못 견디는 친구들을 위한 .. 2019. 8. 13.
한 장의 무게 _ 나에게 글쓰기란 한 장의 무게 글을 써야지 하면서 항상 미루게된다. 다른 유혹들을 다 물리치고 겨우 책상에 앉고서도 한 자를 적으려고 하면 갑자기 급한 업무가 생각나거나 괜히 청소를 시작하거나 세상사가 궁금해진다. 이런 경험을 얘기하면 친구들은 다들 그런 적이 있다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글쓰기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적어보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나왔다.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라서 못 쓰겠다. 내 글은 다른 사람들의 글보다 재미가 없어서. 글을 쓸만큼 일상이 풍부하지 않은 것 같아서."이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 두려움과 관련이 있었다. 못난 부분이 드러나는 게 무서웠던 것이다. 글은 까발리는 작업이다. 다른 사람이나 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롯이 생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나란.. 2019. 3. 15.
28살이 되어서야 읽기 시작했다. 책은 읽기 전에는 잘 말린 식물의 섬유질에 불과하다. 한 장은 무척 가볍다. 읽으며 문장을 맛보지 않으면 의미 없이 가벼운 채로 남는다. 읽기는 마치 종이 같다. 계절학기 수업의 일환으로 종이 만들기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종이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식물을 잘게 찢어 물에 불린 후 평평하게 만들어 채로 거른다. 한 문장으로 쓰인 이 과정은 귀찮고 오래걸리는 노동을 필요로 한다. 과정마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 한 장. 직접 만들어보면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 위에 쓰인 글자도 마찬가지로 알기 전에는 무게를 실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글은 읽을수록 묵직하게 머리를 내려친다. 의미가 생겨버린다. 스스로도 못 찾던 삶의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겨우 종이 한 장 주제에 꽤 .. 2018.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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